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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론]재단은 대학본부의 자율, 책임 경영을 보장하라 등록일 2019.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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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재단은 대학본부의 자율, 책임 경영을 보장하라

 

지난 반 년간, 모교는 커다란 내홍을 겪었다. 12만 동문들을 대표하는 총동문회 무시, 교수, 재학생, 총동문회 등 모교 구성원 대다수가 반대하는 총장 선출 절차 강행까지, 2019년 아름답던 북악캠퍼스는 재단의 전횡으로 인한 갈등의 상처로 얼룩졌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에 맞물려 생존을 위한 혁신이 대학가에 몰아치는 이 때에, 재단의 전횡으로 모교의 발전이 정체되고 있는 것에 총동문회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대학 운영 경험이 검증되지 않은 현 재단 이사장, 상임이사에게 모교의 전권을 맡기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한 일이다.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돌파구는 무엇일까?

 

모교에 자율 책임경영이 필요한 이유

 

2000년대 들어 대학가에서는 중앙에 집중되어있던 권한을 실무 부서에 나눠주면서 자율에 대한 경영 성과를 토대로 자원을 배분하는 문화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21세기 정보화 사회가 시작되면서, 주위 환경이 날로 변화하는 상황을 맞이했고, 조직 전체의 일사분란한 움직임은 더 이상 조직의 안정과 성장을 담보할 수 없었다. 즉 조직 구성원의 의지와 능력, 가치 향상을 통한 자율성 증대가 변화 환경에서 조직을 살리는 길이라는 의도에서 였다. 한양대와 아주대 등에서 시작된 제도는 2010년대 널리 확산되었고, 모교에서도 대학본부가 각 단과대학에 권한을 대폭 이양하는 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의 자율 책임경영은 학교가 재단을 포함한 어떤 외부의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않고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학교 운영의 과업을 처리하며 그 결과에 대해서 책임지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언제 가르칠 것인지, 학교의 인사, 학사, 재정 운영 등을 학칙과 현행 법의 범위 안에서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모교 재단 이사장과 상임이사의 대학 운영 경험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율 책임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모교 이사장은 2013년 재단 상임이사로 부임하기 전까지 이렇다할 대학교육 운영 경력이 전무했다. 상임이사와 이사장으로 취임했을 때도 모교 운영에 전력을 다하기 보단, 스포츠 경기단체의 회장을 겸임하며 책임있는 경영자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상임이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7년 부임 이전까지 대학 교육 운영 경험은 전무했다. 상임이사를 맡은 후 2년여간 행보도 유능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되려 구성원들간의 갈등의 뒤에는 언제나 상임이사가 있었다.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학교운영에 월권을 행사하여 학내 구성원들의 비판을 스스로 자초했다.

 

각 대학이 생존의 위기로 내몰리는 이 때에, 모교의 운명을 이들에게 온전히 맡길 순 없다. 오랜 기간 모교를 위하여 헌신했던 전문가들에게 충분히 권한을 이양하여 자율적으로 운영케 하고, 그 성과를 토대로 평가하여 책임을 다하게 하는 것 만이 유일한 생존의 길이다.

 

자율 책임경영을 막고 있는 재단의 존재

 

하지만 현 재단은 진정한 자율 책임경영을 구현하는 데 있어 커다란 걸림돌로 존재한다. 지난 유지수 총장의 사퇴를 보면 현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총장에게 확실한 권한과 책임이 주어지는 게 당연히 여거지는 풍토였다면, 그러한 무책임한 사퇴가 가능했을까? 대학 구성원들에게 제대로 된 사유도 밝히지 않고 임기를 1년 가까이 남긴 상태에서 직을 던진 총장이나, 이런 무책임한 행위에 대하여 아무런 반발없이 후속절차를 진행한 재단이나 어차피 학교 운영은 재단이 다 알아서 한다라는 의식 공유 없이는 불가능했던 일들이다.

 

문제의 중심엔 재단 상임이사가 있다. 어디에도 규정되어 있지 않은 비공식적인 총장과의 주례회동을 통해 학교 운영에 개입하고 있으며, 이번 총장 선출 과정에서도 단식중인 총학생회장 면담과 전 교수회장 면담을 상임이사가 이사회 상의도 없이 진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상임이사는 총학생회장에게는 4년 후에는 총장 선출을 위한 학생 몫을 챙겨주겠다는 이사회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되지도 않은 내용에 대하여 약속을 하는 무책임한 행동들을 했다. 더불어 본인이 직접 총장추천위원으로 총장 후보자들을 면담, 평가하며 이사회에 참석하여 의사결정을 하는 등 무소불위의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상임이사란 직책은 재단의 정관에서 그 직을 규정한 것(정관 2222) 이외에는 어떠한 부분도 언급되어 있지 않다. 재단 이사장과 학교 총장의 직무가 정관 및 학칙에 세세히 규정된 것에 비하여 상임이사의 경우엔 어떠한 내용도 언급된 것이 없다.

 

권한도 불분명하고 책임은 지지않는 상임이사란 존재, 그리고 그 허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는 현 상임이사의 행동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총장에게 자율 책임 경영을 기대할 수는 없다. 상임이사의 입김 속에 선출된 총장은 재단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기 기대하기 어렵다. 그리고 다음 총장직 혹은 승진을 노리는 일부 보직 교수들과 직원들은 실질적인 힘을 가진 법인 상임이사의 눈치만 볼 것이다. 현장의 소신있는 목소리보다 실권자의 눈치만 보는 조직은 쇠퇴의 길을 걷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학 운영에 있어 독선보다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야

 

10여년 전, 대학가에선 CEO형 총장이 유행처럼 번졌다. 타성에 젖어있는 대학에 기업의 마인드를 도입하여 혁신을 도모하겠다는 것이 각 대학의 CEO형 총장 선임 이유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대학가에서 CEO형 총장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독단적으로 밀어붙이는 총장에 대한 대학 구성원들의 반발이 학교의 뿌리를 흔들 정도로 강력했기 때문이다. 신선한 바람을 불러왔다는 일부의 평가가 있었지만 지속적인 학내분규로 인한 발전동력 소진 등을 이유로 CEO형 총장들은 자취를 감추고 구성원들의 의사를 존중한 관리형 총장들이 들어섰다.

 

지금 모교의 상황도 그 때와 다르지 않다. 그나마 CEO형 총장은 긍정적인 부분이라도 있었지만, 현재 재단 전횡의 중심에 있는 상임이사는 최소한의 전문성도 기대하기 어려운 점에서 더욱 더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해있다 할 수 있다.

 

이제는 바꿔야 할 때이다. 재단 상임이사를 비롯한 소수의 인사가 학교 운영을 멋대로 좌지우지하는 현실에서 벗어나 총장에게는 자율과 책임경영이 실질적으로 가능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더불어 총장을 재단의 수하로 생각하는 것에서 탈피하고 재학생, 교수, 교직원, 동문 등 모교 구성원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구심점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지난 반 년간의 갈등은, 전문성이 부족하고 재정 기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재단이 계속해서 모교를 좌지우지 하는 것을 구성원들이 좌시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모교가 갈등에서 화합과 단결의 길로 나갈 수 있도록 재단은 하루 속히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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